SPECIAL THEME Interview - 글. 손완주
감각의 날을 세워 이룬 토종영어강사 1호
영어강사 이보영씨
오감이 발달한 사람은 다른 이보다 많은 장점을 갖게 된다. 감각의 날을 세워 작은 부분도 다른 이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을 a로 승화해 더 나은 '가치'를 창조하게 되는 것. 감각의 날을 세우는 것에는 외국어 학습도 해당된다. 모국어가 아니기에 순간순간 귀를 쫑긋 세우고, 반복해서 보고 말하는 훈련을 거듭해야 외국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영어 울렁증을 겪는 이들에게 영어와 친해지는 법을 제시하는 영어강사 이보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보영은 신화다'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을 게다. 학창시절부터 영어는 웬만해서는 마음을 주지 않는 새침데기 여고생 같았다.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여 웬만큼 무르익지 않았나 싶을 때쯤이면 금세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달아는 영어.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영어는 굳세게 넘어가지 않는 '나무'였다. 이렇듯 단단한 나무라면 '그래, 너는 네 갈 길 가고, 나는 내 갈 길 가자'라고 결별을 선언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선가 영어라는 말만 들어도 금세 주눅이 드는 걸 보면 영어에 대한 짝사랑은 끝이 없나보다. 너나 할 것 없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 이들에게 영어강사 이보영은 힘이 되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EBS-FM 모닝스페셜 진행자로 방송을 통해 간편하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도 이유지만, 그보다 그녀 스스로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영어 콤플렉스를 고스란히 겪었고, 그 벽을 뛰어넘어 영어강사가 된 라이프스토리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녀를 두고 '이보영은 신화다'라고도 한다.
"저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영어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저 역시 영어에 대한 갈증을 느껴가며 공부했죠. 그런데 그게 약이 됐는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언하고 강의한 게 결과적으로 득이 된 거 같아요."
지난 10여 년간 교육방송과 언어교육원 등의 강의와 영어교재 집필로 우리나라 최고의 언어교육자로 인정받은 이보영 씨는 그만의 독특한 학습법으로 외국에서 생활하지 않고도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다.
여느 한국인과 비슷한 성장기를 보낸 이보영 씨. 그런데 그녀에게도 한 가지 남다른 기억은 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항상 AFKN-TV를 켜놓고 있었던 것. 그녀가 성장하고 난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릴 적부터 자녀들이 영어와 익숙해지길 바라는 어머니의 혜안이었다. 어머니의 바람 그대로 이보영씨는 항상 켜 있는 AFKN-TV를 통해 영어와 친해지게 되었고, 친해진 후에는 영어의 고차원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외국어 학습의 FM 노선을 걷게 되었다.
타는 목마름이 이뤄낸 영어 마스터
지금이야 영어교재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보영 씨가 공부하더 당시의 영어교재는 교과서와 AFKN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되었다는 게 이보영 씨의 설명. 영어에 대한 갈증은 오랜 시간 영어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당시는 미국에 대한 안 좋은 시선 탓에 버스니 지하철에서 영자신문을 마음대로 보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보영 씨는 지치지 않고 영어의 바다를 항해하였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오르다보면 정상에 닿게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매진하니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제2외어로서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어려운 길을 걸어온 기억 때문일까? 자신처럼 영어 때문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알려져 강의도, 방송도, 영어교재도 내게 되었다. 스스로 일을 쫓아다닌 적은 없고 일이 있는 곳에 마침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가 기울인 노력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어는 많은 이들에게 꿈을 주고 기회를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영어에 대해 너무 높은 목표를 잡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건강해져야 한다고 너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체하게 되잖아요. 식사시간에 맞춰서 정량의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좋은 건강식이죠.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보영 씨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잡고, 조금 하다가 지레 포기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영어의 걸림돌은 누구나 겪고 있는 일인데, 자신만 그런 굴곡을 겪는다고 생각하고 좌절한다는 것. 이보영 씨는 살아가면서 많은 굴곡을 거쳐야 삶이 완성되는 것처럼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려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잔꾀를 부리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를 닦아야 영어공부를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다 보니 영어학습을 서두르게 되고, 영어를 '노력'이 아니라 '돈'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한다.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것이 비결
그래서 이보영 씨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영어를 잘 배우고, 영어를 바탕으로 자신이 꿈꾸는 삶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상이 되도록 돕고 싶어 한다.
"영어공부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을 꼭 깨고 싶어요. 영어에 좌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꾸 환경 탓을 하는데, 살펴보면 정작 제대로 노력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멀지 않은 시간에 저소득층을 위한 영어교육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 역시 영어 때문에 속상한 일도 많았고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 '영어'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대신해 그녀에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영어에 대한 기본 실력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일단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정도의 문장을 말하고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아요. 한 3개월 정도 하루 20분씩만 짬을 내서 듣고 말하는 식으로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정도 실력이 생기면 소그룹을 이뤄서 주제를 정한 후 주제에 맞춰 서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식으로 공부하면 금세 영어 실력이 늘어나게 될 거예요."
분명히 영어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려 더 나은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수단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통해 얻는 영어의 '실력' 보다 영어가 주는 '가치' 에만 꽂혀있는 것은 아닐지. 대한민국 영어학습의 신화라는 이보영 씨와의 대화를 통해 '가치' 이전에 선행될 것은 꾸준한 '노력' 이라는 당연한 답을 또 한 번 되새기게 된다.